2025년 현재, 경기 침체와 운영비 부담으로 인해 폐업을 고민하거나 사업을 정리하는 소상공인이 꾸준히 늘고 있다.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부담 중 하나가 바로 창고 및 재고 정리다. 제품, 원자재, 포장재, 매장 비품 등 다양한 항목이 창고에 쌓여 있는 경우, 이를 효과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면 금전적 손해와 함께 부가세 불이익까지 발생할 수 있다.
특히 자산 처리를 서두르다 보면 중고시장에도 못 내놓고, 처리비용만 들고 버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. 반면, 계획적으로 정리하면 처리 비용을 줄이면서 현금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.
이번 글에서는 2025년 기준으로 사업 정리 시 창고와 재고를 어떻게 처리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, 실제 사례와 함께 구체적으로 소개한다.
재고·창고 정리를 미루면 발생하는 문제
1. 간주공급세액 발생
폐업 시 남아 있는 재고는 국세청 기준으로 '자체 소비'로 간주된다. 이는 곧 해당 재고에 대해 부가가치세 납부 의무가 생긴다는 의미다. 즉, 처분하지 않고 남겨뒀다는 이유만으로도 세금을 내야 한다.
예를 들어, 남은 의류 재고가 500만 원어치인데 이를 팔지 않고 폐업하면, 10%의 부가세인 5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.
2. 창고 임대료 지속 발생
외부 창고를 별도로 임차한 경우, 계약 종료 전까지는 임대료가 계속 발생한다. 가게는 닫았지만, 물건이 남아 있어서 1~2개월간 추가 창고비용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.
3. 보관 중 재고 손실
식품, 화장품, 의류 등은 유통기한, 계절성, 트렌드에 민감하다. 처리 시기를 놓치면 재고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폐기물로 전환되면서 손해가 커진다.
2025년 기준 창고·재고 처리 노하우
1. 정리 기준표 만들기
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모든 재고를 분류하고 목록화하는 것이다. 눈으로 봐선 감이 안 온다. 표로 정리해야 판단이 가능하다.
품목명 수량 구입가 판매가 유통기한 처리방식
원두커피 1kg | 20개 | 8,000원 | 13,000원 | 2025.12.31 | 당근마켓 판매 |
포장용 박스 | 1,000장 | 120원 | 미정 | 해당 없음 | 소상공인 커뮤니티 무료 나눔 |
의류 여름티셔츠 | 60벌 | 5,500원 | 12,000원 | 해당 없음 | 창고특가 행사 |
노하우
- 유통기한 1개월 이내: 빠른 판매 또는 무료 나눔
- 매입가 기준 30% 이하라도 현금화 가능 시 우선 처리
- 소비자 판매가 아닌 도매 일괄 매각도 고려
2. 창고 이전 및 단기 해지 전략
별도 보관창고를 임차 중인 경우, 재고 정리 계획에 따라 부분 이전 → 임대 해지 순서로 전략을 짜야한다.
절감 방법
- 가게로 반출할 수 있는 품목 우선 선별
- 임대인과 중도 해지 협의 (2025년 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조기 해지 합의 쉬워짐)
- 창고 반출 전 사진 촬영 및 인벤토리 확보로 손해보험 처리 대비
3. 중고 마켓 및 폐업 정리 플랫폼 활용
2025년에는 다양한 폐업 정리 플랫폼이 활성화되어 있다. 단순 중고판매가 아니라, 폐업자 대상 전문 매입 업체가 있어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.
활용 가능한 플랫폼
- 당근마켓: 지역 내 즉시 직거래 가능
- 번개장터, 헬로마켓: 전국 중고 거래
- 포스랜드, 폐업114, 중고사무기기닷컴: 사업장 특화 장비 매입
- 인스타그램 #폐업정리 해시태그로 마켓 이벤트 진행 가능
사례
부산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던 한 소상공인은 남은 포장지, 베이킹 틀, 쇼케이스, 원재료를 폐업자 카페에 올려서 하루 만에 20건 이상 문의를 받고, 이틀 만에 총 230만 원의 재고 처분 수익을 얻었다.
4. 가게 내 창고특가 행사로 즉시 현금화
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경우, 폐업 전 3일~1주일 동안 '창고정리 특가 이벤트'를 진행하면 의외로 빠른 정리가 가능하다. 평소 단골 고객들에게 문자, SNS, 현장 안내문 등을 통해 정리 소식을 알리면 효과적이다.
할인 전략
- 1+1 행사, 묶음 할인
- 재고량이 많을 경우 ‘킬로그램당 가격’ 또는 ‘한 봉지 5천 원’ 식 정리
- 미세 하자 제품은 “비닐 없는 제품”으로 안내해 오해 방지
사례
서울 성북구의 소형 의류매장을 정리하던 김 대표는 ‘전 품목 70% 할인’ 이벤트를 5일간 진행했고, 정가 기준 900만 원 재고 중 약 600만 원 상당을 현금화했다.
남은 재고는 도매상에 일괄 매각하여 간주공급세액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.
5. 도매상, 거래처에 일괄 양도
단골로 물건을 납품받던 도매상이나 거래처가 있다면, 남은 재고를 단가 인하 조건으로 일괄 양도할 수 있다.
폐업 사실을 솔직히 알리고, 정리할 테니 한 번에 가져가달라는 요청은 오히려 협상력을 높인다.
6. 간주공급 제외 대상 활용
부가세법상 간주공급 제외 항목으로 인정 요건
- 폐업 직전에 자산을 외부에 판매했음을 입증할 자료(거래명세서, 현금영수증 등) 확보
- 자산 가치가 낮거나 소모품인 경우 간주공급 제외 가능
- 고정자산은 매각일과 폐업일이 명확히 구분되어야 함
세무사 상담을 통해 해당 품목이 간주공급 제외 대상인지 확인하면 부가세 수십만 원 이상을 절감할 수 있다.
재고 정리 시 주의할 점
1. 거래 명세 기록은 필수
중고로 판매하더라도 반드시 거래명세서 또는 간단한 영수증을 작성해 두는 것이 좋다.
특히 2025년부터는 국세청이 소득세 신고 시 재고 처분 내역을 확인 요청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.
2. 브랜드, 위생, 전기제품은 판매 제한 가능성 있음
일부 브랜드 제품은 중고판매 자체를 금지하거나 계약 위반으로 처리할 수 있다.
또한 식품, 화장품은 유통기한이 지난 경우 판매 금지되며, 전기제품은 안전인증 여부에 따라 회수 명령이 나올 수 있다.
3. 폐기물 처리비 발생
팔지 못한 재고는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.
대량 폐기 시 폐기물처리업체를 불러야 하며, 톤당 20만~4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.
가능한 한 소량 배출 또는 나눔 처리로 비용 절감이 필요하다.
마무리: 재고는 돈이다, 늦지 않게 정리하라
소상공인의 사업 정리 과정에서 재고는 리스크인 동시에 기회가 된다.
미리 정리 계획을 세우고, 처분 방법을 단계별로 실행하면
현금 유동성을 유지할 수 있으며, 부가세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.
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시기다.
폐업이 임박했다면, 지금 당장이라도 창고를 열고 재고 목록부터 작성해 보자.
잘 정리된 재고는 비용이 아니라 다음 출발을 위한 밑천이 될 수 있다.